금환일식 — 하지의 불의 고리, 타이완 (2020)
2020년 6월 21일 하짓날, 아프리카에서 인도 북부·티베트·중국 남부를 거쳐 타이완까지 이어진 아주 가느다란 금환일식입니다. 달이 태양 지름의 99.4%를 덮었고, 타이완 자이에서는 1분이 채 안 되는 실 같은 고리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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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벤트 이야기
2020년 6월 21일은 북반구에서 낮이 가장 긴 하지였습니다. 그날 지구 위로 실처럼 가느다란 불의 고리가 지나갔습니다. 달이 태양 지름의 99.4%를 덮어서, 남은 것은 태양 둘레를 겨우 감싸는 얇은 테두리뿐이었습니다. 달이 조금만 더 크게 보였다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되었을 것입니다.
달의 그림자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시작해 남수단·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를 지나 예멘과 오만으로 건너갔습니다. 그 뒤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 히말라야와 티베트 고원을 넘어 중국 남부를 지났고, 타이완을 거쳐 태평양으로 나갔습니다. 히말라야와 티베트를 넘는 구간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높은 땅이었습니다.
타이완 자이에서는 오후 4시 10분 무렵 고리가 약 56초 동안 보였습니다. 타이완 북부는 2012년 5월에도 금환식 경로에 들었는데, 이번에는 남쪽 지역이 경로 안에 들었습니다. 태양이 거의 다 가려졌지만 남은 테두리의 빛이 강해서, 하늘은 흐린 오후처럼 조금 어둑해지는 데 그쳤습니다.
이 일식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여행이 어려웠던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먼 곳으로 떠나는 대신 집 근처에서 일식 안경 하나로 관측한 사람이 많았고, 인터넷 생중계로 본 사람도 많았습니다. 공전뷰에서는 달의 그림자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까지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길이 재현됩니다.
관측 가이드 — 어디서, 언제, 어떻게
고리가 보인 곳은 콩고민주공화국·남수단·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해 예멘·오만,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 티베트와 중국 남부를 지나 타이완으로 이어졌습니다. 가장 가운데에 해당하는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 부근에서는 고리가 38초 동안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울 기준 오후 4시쯤부터 부분일식이 시작되어 태양의 약 45%가 가려졌습니다.
고리가 가늘수록 필터가 더 중요해집니다. 남은 태양이 아주 조금이어도 맨눈으로 보면 눈을 다칠 수 있습니다. 고리가 보이는 시간이 1분도 안 되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 설정을 미리 맞춰 두고 고리 앞뒤로 계속 찍는 편이 좋았습니다. 고리가 짧게 끝나더라도 그 앞뒤의 부분일식 동안 필터를 계속 써야 합니다.
별자리뷰에서는 자이의 하늘에서 태양을 따라가다가 고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 천천히 재현됩니다. 관측 장소를 서울로 바꾸면 그날 오후 태양의 절반 가까이가 가려진 부분일식의 모양이 나타납니다. 장소에 따라 가려지는 정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관측 장소를 인도 북부로 바꾸면 고리가 가장 짧게 이어진 가운데 지점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대목을 화면에서 확인하려면 — 그 시각 그 하늘 열기 · 공전 궤도에서 그 순간 재생
왜 이 식이 특별한가
이 일식은 ‘거의 개기식’과 진짜 개기식이 얼마나 다른지 잘 보여 줍니다. 개기식에서는 태양의 마지막 조각이 사라지는 순간 하늘이 어두워지고 코로나와 별이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그런데 금환식은 그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태양이 아주 조금만 남아도 햇빛이 하늘을 계속 밝히기 때문에 코로나를 볼 수 없습니다.
고리가 가늘수록 달 가장자리의 모양이 더 크게 드러납니다. 달 가장자리에는 산과 골짜기가 있어서, 얇은 고리는 매끈하게 이어지지 않고 여러 조각의 빛 구슬로 끊겨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베일리의 구슬’이라고 합니다. 이 구슬을 여러 장소에서 기록하면 달 가장자리의 높낮이와 태양의 크기를 재는 자료가 됩니다.
일식이 하지와 겹친 것은 우연이지만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반구에서 해가 가장 오래 떠 있는 날에 그 태양이 잠깐 얇은 고리로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연은 사람들이 태양과 달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또 하지 무렵에는 지구가 태양에서 먼 쪽에 있어 태양이 조금 작게 보이는데, 그 덕분에 달이 태양을 거의 다 덮을 수 있었습니다.
배경과 이전 사례
이 일식은 사로스 137번 묶음의 36번째 일식입니다. 같은 묶음의 앞 일식은 2002년 6월 10일 태평양에서 일어난 금환식이었고, 다음은 2038년 7월 2일 대서양과 아프리카를 지나는 금환식입니다. 비슷한 일식이 약 18년마다 지구의 다른 곳에서 되풀이됩니다. 같은 묶음의 일식은 비슷한 계절에 비슷한 모양으로 돌아옵니다.
반년 전인 2019년 12월 26일에는 남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지나는 금환식이 있었습니다. 또 반년 뒤인 2020년 12월 14일에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났습니다. 대유행으로 여행이 어려웠던 2020년에도 달의 그림자 중심이 지구를 지나는 일식은 두 번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부분일식 뒤 한동안 일식을 볼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다음으로 볼 수 있는 일식은 2030년 6월 1일입니다. 그래서 2020년 6월의 오후는 한국 사람들이 10년 만에 마지막으로 가려진 태양을 볼 수 있었던 날로도 기억됩니다.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식들은 경로가 한국에서 멀어 부분일식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왜 하늘이 어두워지지 않았나요?
태양이 거의 다 가려졌지만 남은 가느다란 테두리가 태양 표면 그대로의 밝기로 빛났기 때문입니다. 개기식의 어둠은 태양이 완전히 가려질 때만 옵니다.
고리는 얼마나 오래 보였나요?
가장 가운데에 해당하는 인도 북부 부근에서 38초였습니다. 경로 끝쪽인 타이완 자이에서는 오히려 조금 길어 약 56초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가려졌나요?
서울 기준 오후 4시쯤부터 부분일식이 시작되어 태양의 약 45%가 가려졌습니다. 고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일식은 왜 개기식이 되지 못했나요?
이날 달이 태양보다 아주 조금 작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달 지름이 태양 지름의 99.4%에 그쳐 가느다란 테두리가 남았습니다.
관련해서 볼 것
시각·수치는 근사이며 관측 계획엔 공식 자료를 확인하세요. 시뮬레이션은 J2000 평균 궤도요소 기반입니다.